이별 후 끄적거리는거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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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07-31 20:40 조회 493 댓글 6 좋아요 1본문
나는 내 나름대로 멋진 20대를 보냈다.
일도, 사랑도 성공적이었고 모든 것이 이렇게만 풀릴 줄 알았다.
사주를 보면 30대가 가장 안좋은 대운이라고 하더라.
그때도 코웃음을 쳤다. 그런 것쯤은 내 의지로 당연히 이겨낼 수 있을거라고.
이상했다. 만으로 서른이 되고 나서 우울증과 공황장애,
희망찬 미래를 함께 꿈 꿀 수 있었을 것 같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자살충동이 심했다. 아직도 죽음과 가장 가까웠던 어느 날 새벽,
그날 느꼈던 선명한 공포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만만하게 덤볐지만 생각보다 사업은 어려운 일이었고, 가라 앉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데리고 있던 직원들을 데리고 선배 밑으로 들어갔다. 아니, 도망쳤다.
회사는 생각보다 잘 됐다.
그러나 나는 허울 좋은 타이틀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을 해내야 했고
보이지 않는 불안한 미래 속에서 서서히 심연으로 침잠해갔다.
마침내 세상은 흑백이 되었고, 그 속에서 나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한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는 부하직원과 나를 번갈아보며, 이런 말을 했었다.
"ㅇㅇ씨는 삶이 '축제' 같은데, ㅇㅇ님은 '숙제' 같아 보여서 걱정이에요."
나는 죽지 못했고, 죽을 용기도 없었다.
그래도 용케 장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요일 밤낮 없이 몰두하던 프로젝트를 마치자 불면증이 찾아왔다.
잠 못드는 시간, 나를 괴롭히는 공허감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호스트바에 다니기 시작했다. 밤에도 깨어있는 곳.
뭐라도 옆에서 떠들어주고 비위를 맞춰주고, 술을 마시고 정신을 흐릿하게 해주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호스트바를 드나들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나의 삶과는 달리,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다며 즐거워 하는 너
퇴근하고 동료들과 술 한잔하고 있다거나,
씩씩하게 먼 거리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너,
나를 향해 웃어주던 너.
전형적인 먹물이었던 나에게 그의 존재는 참 신선했다.
자유롭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는 것 같은 그 친구가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가게에서 함께 술잔을 나눌 때도, 밖에서 저녁을 먹을 때도,
함께 훌쩍 떠났던 어느 여행지에서도..
사소하게는 카톡을 하는 순간들까지 너무 행복했다.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 친구의 존재 자체가 죽어있는 줄만 알았던 마음을 설레게 했고,
그와 함께하는 순간들 만큼은 흑백이었던 내 세상에 색이 입혀지는 것 같았다.
어느순간 너무 깊이 빠져버리게 되었고, 그 친구를 밀어내려고 했을 때.
사귀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다.
그렇게 연인이 되었지만, 허울일 뿐. 가게에 가야만 그를 만날 수 있었고
그렇게 되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
그리고, 그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명확한 댓가를 주고 '들어 앉혔다'고 말은 못하지만, 비정기적인 수준의 금전적인 댓가는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미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이 친구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돈을 벌었다.
내 삶의 이유이자, 원동력은 그였으니까.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술 잔을 기울이는 시간들을 거치며
나도, 그도 어느정도는 서로 마음을 열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에게는 끊임없는 여자 문제와 거짓말들이 잇따랐고
그의 동료인 선수들조차 너는 돈줄일 뿐이다, 그 여자와 바람을 피운 것이라며
제발 니 인생 찾으라는 이야길 들었지만
나는 그를 놓을 수 없었다.
삶의 이유를 놓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크고 작은 일들이 반복되었고, 그의 가족을 소개 받고 어렴풋이 미래를 꿈꾸고..
선수들을 들어 앉히는 큰 손 언니들처럼 그의 삶과 생활을 책임져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
누가 봐도 미친년이라고 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더 열심히 일을 했다.
그는 가난했고, 술 따르는 일 외에는 해본 적이 없었으며, 현실 감각이 지나치게 없었다.
예쁜 얼굴과 매력 뿐. 냉정하게 현실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없었다.
누군가는 호빠는 즐기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고.
선수는 선수일 뿐이라고 말한다.
나도 아주 많은 부분에서 동의를 한다.
무언가를 꿈꾸기에 그들은 일반인들과 가치관이 너무나 달랐고,
오래 화류계에 있었던 친구들은 도덕성과 인격, 정신이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당연히 이 친구도 예외는 아니였다.
아는데도 끊을 수 없으니 더 미칠 것 같았다.
나는 솔직히 내 부모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애정은 끝없이 질주하고 있었고,
그 역시도 그 즈음에는 정말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새인가 금전관계 없이도 평범한 연인처럼 지내고 있었으니까.
이게 참 일반적인 연인 관계에선 당연한건데. 웃기긴 하다.
한강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떡볶이를 먹고
드라이브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그가 싸준 출근 도시락을 들고 현관을 나서고
돈을 모아서 샀다며 수줍게 내놓은 선물들,
어버이날에 우리 엄마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며 환하게 웃던 모습들.
하나하나가 눈에 박힌 듯 떠오른다.
약간의 기복은 있었지만 일은 계속 잘 풀려나가고 있었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잠을 줄여가며 일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윽박을 지르고, 폭력을 휘두르고, 술에 매일 절어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찰 신고 기록이 누적되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다른 여자들과 카톡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고
나 몰래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개 버릇은 못 주는 것이다.
그는 늘 변명을 했고, 아귀가 맞지 않았고, 애석하게도
머리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뻔한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하면 바보였다.
모텔은 갔는데 섹스는 하지 않았다라.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하지 않았다라.
그의 어머니, 그와 친하다던 동료 형들에게 들었던 말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선수인 거 알고 만났으니, 그냥 믿어주라고.
뭐 이런 개같은 가스라이팅이 다 있는지.
속으로 '그래도 내가 당신들보다 몇 곱절은 더 배웠는데.'
우습고 기가 찼다.
이런 남자와 만난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들을 일 없던 말들과
대접을 받는 것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허접한 인간들 따위의 말. 하면서 넘기고 넘겼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수록 점점 마음은 넝마가 되어갔던 것 같다.
그렇게 드디어 그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
왜 다른 여자를 만나며 수없이 바람을 피웠는지 묻자 나에게 책임전가를 했다.
분노로 며칠 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성사된 자리에서 그는 억지로, 힘겹게
자신이 잘못한 사실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과라도 받으니 기분이 좀 낫더라.
집에서 하루종일 개처럼 나만 기다리고 있는 게 외로웠다더라.
원래 애정결핍이 심한 건 알고 있었지만. 글쎄.
그게 상대를 기만하고 속이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건 안다.
그와 지내는동안 정신과 약을 끊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더 이상은 불면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이제는 내 이름을 건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었고, 세상이 더 이상 흑백으로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마음이 복잡하다.
세상에는 명확한 선악은 없다지만,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주었던 그 친구와
나를 가장 비참하게 만든 그 친구의 모습이 교차한다.
호스트바 선수가 좋아서 돈을 쓰고, 마음을 쓰고,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다는 거
누가 들으면 우습고 멍청한 일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안다. 내가 병신 같았다는 거.
근데 오늘은 조금 마음이 쓰리다.
그래서 그냥 누군가라도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쉼 없이 써내려 가보았다.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보고 싶고, 화도 나고, 멍하기도 하다.
이제는 나를 위해 서툴렀고, 엉켜있었던 인연을 정말 보내주려고 한다.
안다. 호빠 선수에게 돈 뜯겨 몸과 마음 바쳐 세월 바친 병신인 거.
그래서 더 힘들었던거고 자책했던 거니까.
그치만.. 오늘은 욕 안하고 위로 한 마디씩만 해주면 안될까요 언니동생들
잘 이겨내고 싶어요. 또 반복되지 않도록
도분이님의 댓글
도분이맨날 똑같은 레파토리 지겹
마지심슨님의 댓글의 댓글
마지심슨ㅋㅋㄱㄱㄱㅋㄱㄱㄱㄱㄱㄱ ㄱㄲ
Sweety♡님의 댓글
Sweety♡
토닥토닥..
옆에 있다면 힘껏 안아줬을 거예요.
고생했어요!
누가 손가락질 해요. 신경 쓰지 마요.
인생의 실수였다. 오점이었다 생각지 말아요.
그래도 덕분에 흑백이었던 인생에 다시 색깔을
찾았잖아요.
사람은 또 원래 모든 관계에서 배우고 또 성장하는 거잖아요.
긴 인생을 두고 보면 분명 성장하는 시간이었을 거예요!!
자책하지 말아요.
그리고 꼭 행복해질 거예요!! 수고했어요.
일면식도 없지만 온마음을 다해 위로하고 싶어요 :)
잘했고 또 잘할 거예요!!
마지심슨님의 댓글
마지심슨다 알면서죠 뭐
prettyfox님의 댓글
prettyfox
저도 그래봤고 또 그러고 있어요 무한지옥
힘내세요 고생했어요!
익명님의 댓글
익명
많이 힘드시겠어요 .... 많이 충격도 받고 맘도 다치고 하셨을 듯..
한번에는 안 되어도 차차 더욱 나아지시기를 응원해요